"매달 30만원씩 준대요"…2030에 인기 폭발한 '자격증' [취업의 자격 ①]

"자격증 준비나 할까" 요즘 2030부터 5060까지, 전 세대에서 심심찮게 들리는 말입니다. 전 세대가 자격증에 중독된 한국 사회, 그 이면에는 불안한 미래에 대한 구조적 불신이 깔려 있습니다.

한경닷컴은 취업을 준비하는 2030뿐 아니라, 재취업을 위해 자격증 열풍에 동참한 5060까지 세대별 현황과 원인을 짚어보고, 우리 사회가 이처럼 자격증 시험에 집착하게 된 배경을 들여다봅니다

 

지난 26일,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한 구립 도서관. 공과대학을 졸업한 20대 취업준비생 이정수 씨(27)는 산업안전기사 자격증과 위험물산업기사 자격증 시험을 동시에 준비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씨는 대기업 안전관리직 취업을 목표로 매일 도서관에서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자격증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예전에는 '공대생은 보통 기사 자격증 하나쯤 있어야 취업이 된다'고 했지만, 요즘은 '두 개 이상은 기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심각한 취업난을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이 씨는 최근 기업 채용공고에서 '안전 관련 기사 자격증 소지자 우대'라는 문구를 자주 접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27일 채용 플랫폼 잡코리아에서 '산업안전기사'를 검색한 결과, 총 1203건의 채용 공고가 등록돼 있었다. 다른 채용 플랫폼인 사람인에는 그보다 많은 2698건의 공고가 올라와 있었다. 전반적인 취업난 속에서도 안전 분야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 수요는 꾸준한 것으로 보인다.

이 씨는 "이제는 '우대'가 아니라 사실상 '필수'처럼 느껴진다"며 "학교에서 열린 취업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기업들이 관련 인력을 대폭 충원하는 사례가 많다고 들었다. 자격증 시험에 한 번에 합격해서 얼른 취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산업안전기사는 작업장 내 유해·위험 요소를 사전에 파악하고 예방대책을 수립·관리하는 전문가다. 안전 관련 자격증 열풍은 2022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처법)' 시행을 계기로 시작돼, 최근 들어 안전 인력 확보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가 커지면서 더욱 거세지고 있다. 법 시행 이후 실제 판결을 살펴보면 유죄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기업들이 법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전담 안전관리자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중대재해처벌법 판결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지난 3월 17일까지 선고된 판결 37건 중 유죄 선고는 33건(89.2%)이었다. 유죄 판결받은 건설사들의 주요 위반 조항으로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 평가 기준 마련'(11건)이 많았다. 안전관리자 인력 부족으로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이 미흡했던 것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사업장 및 시설물의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이행 실태를 고용노동부 및 지자체로부터 점검받게 됐다"며 "기업 내 산업안전기사, 산업안전지도사 등 자격증 소지 인원에 수 등에 따라 평가받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취재에 따르면, 중처법 시행 이후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에서도 안전 관련 부서를 신설하거나 최소한의 전문 인력을 충원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관련 자격증 취득 수요가 증가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풀이된다.

실제 산업안전기사 자격증 취득자는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전날 발간한 '2025 국가기술자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산업안전기사 2024년 응시자 수는 약 19만 6000명으로 전년 대비 접수자 수는 6.3% 증가했다.

특히 20대 응시 비율이 두드러진다. 지난 4월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발표한 '국가기술자격 종목별 분석정보'에 따르면, 2023년 필기시험 응시자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시자 가운데 20대 비율이 40.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20대 응시자가 많은 이유는 자격증 취득 목적이 '취업'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해당 자료에서 전체 응시 목적 중 '취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29.4%로 가장 높았는데 산업안전기사 자격증을 취득한 미취업자 가운데 65.4%가 1년 이내에 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3년 국가기술자격 평균 취업률인 47.5%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 "원래는 암기만 하면 됐는데"…수험생 몰리자 시험 난도 상승

자격증에 대한 수요가 커지며 시험 난이도에도 변화가 일었다. 산업안전기사는 산업 현장에서 기계, 전기, 화학, 건설 등 다양한 위험 요소에 대응하기 위한 이론과 실무를 두루 갖춰야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과거 자격증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산업안전기사 시험은 암기만 하면 된다", "문제는 볼 필요도, 이해할 필요도 없고 답만 외워가면 된다"는 말이 통용됐다.

2년 전 산업안전기사 자격증을 취득했다는 이수현 씨(29)는 "필기는 7개년 기출 문제만 보고 가면 합격할 수 있다고 해서 넉넉하게 10개년 기출 문제를 공부해 갔다"며 "수험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상대적으로 다른 기사 자격증에 비해 취득하기 쉽다는 인식이 강했다"고 전했다.

다만 자격증 응시자 수가 급증하고 안전에 대한 사회적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관련 법령 등이 개편됐고,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시험 과목이 전면적으로 바뀌었다. 시험 난이도 역시 높아지면서 수험생들의 학습 방식에도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특히 '인간공학 및 시스템 안전공학' 과목이 '인간공학 및 위험성 평가·관리'로 변경되면서 위험성 평가 분야가 추가돼 유해 위험요인 파악, 위험성 추정 및 결정, 위험성 감소 대책 수립 및 실행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학원가에 따르면 최근 들어 시험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기출문제만 반복해 학습하는 학생은 줄어들고 학원 강의를 통해 이론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하려는 수험생이 늘고 있다.

A 자격증 학원 관계자는 "최근 시험 개편으로 출제 범위가 확대되면서 수험생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과거와 달리 기본 개념에 대한 질문은 물론 계산 문제나 단위 환산, 계산 과정 등에 관한 수강생들의 질문이 많아졌는데 시험 난도 상승에 따라 학생들이 천천히 학습하고, 깊이 있게 고민하려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응시자 수 증가 속도보다 학원 수강생 증가 속도가 더 빠르게 나타나는 학원도 있었다. 최근 4년간 산업안전기사 필기시험 응시자 수는 대략 2배 정도 늘어났는데 같은 기간 수강생 수가 4배 이상 증가한 학원도 있었다.

B 자격증 학원 관계자는 "안전관리 직무의 확장 가능성이 높아진 탓인 것 같다"며 "수강생 중 20~30대 비중이 약 53%다. 해당 자격증은 자사가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주요 자격증 중 하나가 됐다"고 강조했다.

 

시험 과목 개편에도 불구하고 자격증에 대한 인기는 여전히 높다. 취업준비생은 물론, 이미 취업한 직장인들에게도 산업안전기사는 커리어 전환 측면에서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혹시 모를 구조조정에 대비해, 향후 직무 변경이나 전직을 위한 준비 차원에서 자격증을 따고 있다"고 전했다.

직장인 이기현 씨(30)는 "회사 내에 '안전환경그룹'이라고 안전 관리만 전담하는 별도의 부서가 존재한다"며 "나중에 회사 내에서 커리어가 잘못됐을 경우 등을 대비해서 직무 변경을 신청하기 위해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몇 달 전 필기시험에 합격한 이 씨는 내년 실기시험을 앞두고 있다. 인터넷 강의를 활용해 공부했다는 이 씨는 일과를 쪼개 자투리 시간을 최대한 활용했다고 강조했다. 이 씨는 "1~2주 차에는 하루 5~6시간씩 공부했고, 3~4주 차부터는 학습 강도를 높여 퇴근 후 6~7시간씩 집중해 하루 총학습 시간은 8~9시간에 달했다"며 "마지막 이틀은 휴가를 쓰고 하루 12시간씩 공부해 합격했다"고 부연했다.

사 내 입지를 높이기 위해 자격증을 취득한 직장인도 상당수였다. 건설업 종사자 박모 씨는 "산업안전기사 의무 채용이 확대되면서 우리 회사는 자격증 보유자에게 매월 30만 원의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며 "향후 연봉 협상에서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B 자격증 학원 관계자는 "실제 직장인들도 상당수 강의를 수강하고 있다"며 "취업 준비생은 물론 이직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도 경쟁력 있는 선택지다"라고 설명했다.

자격증 취득을 위해 가장 효율적인 공부 전략은 무엇일까. 이찬범 에듀윌 산업안전기사 교수(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산학협력단 교수)는 "암기해야 할 양이 많은 시험의 특성상 꼭 필요한 부분은 이해하고 넘어가되, 단순 암기로 해결할 수 있는 내용은 기억에 남는 방식으로 효율적으로 학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최근 시험 개편으로 출제 범위가 넓어졌고, 필기시험이 온라인(CBT)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실기 난도가 크게 상승했다는 것이 중요한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개편 이후 중요해진 학습 전략에 대해 그는 "유형 변화에 따라 어려운 문제가 출제되더라도 기존에 배운 이론을 적용해 풀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론 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만약 풀지 못한 문제는 찍고라도 나와야 하는데 무조건 3번으로 찍는 것이 아니라 정답과 가까운 선택지를 고를 수 있도록 '공학적인 선택'을 해 맞힐 확률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중처법 시행 이후 지난 3월 17일까지 선고된 판결 가운데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사업장은 중소기업(78.4%)이었으며, 중소기업의 유죄 비율은 96.6%에 달해 매우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를 감안할 때 앞으로도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안전 전문 인력 채용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10년째 인천 지역 노동자들을 상담해온 김은복 민주노총 인천본부 노동법률상담소 공인노무사는 "확정판결이 내려진 기업 대부분이 소기업 중심인데, 안전 전문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며 "중처법에는 기업이 안전보건 관리자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단순한 인력 채용을 넘어 이들에게 예산과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중대 재해 예방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산업안전기사 자격증 시장이 앞으로도 계속 커질지 여부에 대해 김 노무사는 "새로 출범한 정부의 정책 의지에 달려 있다"고 평했다. 그는 "중대 재해 발생 기업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지속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유지된다면, 자격증 시장은 더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단순히 기업 내 안전관리자를 두는 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안전보건 관리자를 지역 단위로 확대하자는 논의도 있어 관련 전문가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출처

이민형 한경닷컴 기자 meaning@hankyung.com

 

 

***참고 자격증이 있다고해서 자격수당을 지급하는 회사는 극히 드물다는 것을 아셔야 됩니다...

가장 중요한건 현장 실무경험입니다...자격증은 면접시 약간의 간산점 정도라고 생각하셔야 됩니다...

특히 건설업은 자격증은 말그데로 자격이고 실무경험을 위주로 면접이 진행됩니다!!

실무경험이 없으면 적자 공사가 되기 일수이기 때문입니다...!********